
건축물에서 ‘아케이드’란 무엇인가 – 우리가 아는 그 지하상가의 정체

🏢 아케이드, 왜 오래된 상가엔 꼭 있었을까
요즘도 서울 중심부를 걷다 보면, 한 세대는 족히 된 오래된 상가나 지하상가 입구에 ‘아케이드’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엔 단순히 빌딩의 지하층을 부르는 명칭인가 했는데, 막상 종로구처럼 상업시설이 몰려 있는 동네를 오래 다니다 보면, 웬만한 지하상가마다 ‘아케이드’라는 표현이 빠지지 않는다. 우연이라기엔 너무 반복적이다 싶어서, 그 의미를 제대로 파고들게 됐다.
돌이켜 보면, 내 어린 시절 ‘아케이드’ 하면 딱 하나 떠올랐던 게 바로 넥슨의 온라인 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였다. 당시엔 게임 이름 정도로만 기억했는데, 정작 건축에서 아케이드가 어떤 공간을 뜻하는지, 왜 유독 옛날 상가에서 많이 쓰였는지, 조금 더 깊이 알아보고 싶어졌다.
네이버 지도나 각종 부동산 정보 사이트에서 ‘아케이드’를 검색해보면 아직도 전국 각지에 ‘○○아케이드’라는 이름이 붙은 지하상가, 쇼핑몰, 복합상업시설이 수도 없이 나온다. 다들 평소엔 무심히 지나쳤던 ‘아케이드’의 뜻, 그리고 지금 시대에는 어떻게 확장·변용되고 있는지 정리해봤다.

📚 아케이드란 – 건축 용어의 정의와 확장
‘아케이드(Arcade)’라는 말은 사실 그 어원부터 꽤 오래된 단어다.
- 영어권 사전을 보면 원래는 “아치(arch)로 이루어진 회랑(통로)”을 가리킨다.
- 프랑스어 ‘arcade’에서 유래했는데, 궁극적으로는 ‘아치가 이어진 복도, 혹은 긴 통로’라는 뜻이 강하다.
이게 점점 생활양식과 도시 상업 구조가 변하면서 의미가 확장된다.
- 현대적으론 ‘양쪽에 상점이 늘어서고 지붕 또는 천장이 덮인 보행자 통로’를 뜻한다.
- 그래서 ‘대형 지하상가, 쇼핑몰, 오피스 지하상업구역’에 ‘아케이드’라는 이름이 붙는 것.
결국, 우리가 서울·부산 등 대도시 지하상가에서 흔히 보는 ‘아케이드’라는 명칭은, 사전적 의미와 실제 현실이 묘하게 겹친 결과다.
상점이 양 옆에 죽 늘어서고, 천장(혹은 지붕)으로 덮인 길—이게 아케이드의 본질이다.
참고 : 문화체육관광부 ‘건축용어해설’, 네이버 지식백과, Merriam-Webster Dictionary

🏛️ 아케이드의 역사와 변화 – 중세 도시의 골목길에서 지하상가로
아케이드의 역사는 유럽 중세 도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 당시는 도시 내 상업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도로 쪽에 임시 매대·시설물을 무단으로 내놓는 게 관행이었다.
- 행정당국이 이걸 막으려 여러 번 단속을 했지만, 상인들은 끈질기게 길을 점유했다.
- 결국 임대권(상업권)을 공식적으로 허가해주고, 건물 1층의 공공 공간을 확장해 아치형 회랑 구조의 상가(아케이드)를 만드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이렇게 탄생한 아치형 회랑(아케이드)은 ‘공공과 사적 공간의 경계’, ‘상업활동의 집결지’라는 이중적 성격을 가진다.
중세의 유럽 각 도시에서 시작된 아케이드는, 시간이 흐르며 도심 대형상가, 지하상가, 쇼핑몰의 전형적 구조로 발전했다.
- 도시 내 미관·보행환경 개선이라는 목적도 함께 따라왔다.
- 19~20세기 유럽·일본을 거쳐 한국의 대도시 상업시설에까지 ‘아케이드’라는 명칭이 자리잡았다.
참고 : 서울역사박물관, 『도시와 건축의 변천사』, 일본 상점가협회 공식사이트
🌍 현대의 아케이드 – 지하상가, 대형 몰, 파사주와의 차이
2024년 현재 국내외에서 ‘아케이드’라는 단어가 실제로 붙는 사례를 보면, 옛날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 서울 코엑스몰, 부산 서면 지하상가 등 거대 지하 쇼핑몰이 대표적이다.
- 일본 오사카 덴진바시스지, 신사이바시스지와 같은 상점가 아케이드는 여전히 원조 느낌을 준다.
- 극서·극한기 기후(캐나다, 홍콩, 태국 등)에서도, 날씨에 상관없이 쇼핑과 보행이 가능하게 만든 덮개형 상업공간에 아케이드 구조를 적극 도입한다.
참고로, 요즘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붕 씌우기’는 엄밀히 말해 아케이드라기보다 파사주(Passage)로 분류된다.
- 파사주는 단순히 덮개를 설치해 비·눈을 피하는 구조라면,
- 아케이드는 아치형 구조(혹은 그 유래)를 기본으로, 상업공간이 양 옆에 늘어선 점이 본질적 차이다.

🌦️ 아케이드의 실제 효과 – 상가에 미치는 영향
아케이드 형식을 도입한 상업공간의 가장 큰 장점은 ‘기후 저항성’이다.
- 비·눈, 혹서·혹한 같은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상가 방문객이 꾸준히 유입된다.
- 즉, 사계절 내내 일정 수준 이상의 유동인구와 매출을 보장받을 수 있다.
- 동시에, 도심 내 보행환경이 크게 개선되어 도시 미관 향상, 치안, 접근성 등 다양한 부수 효과도 함께 따라온다.

🎮 여담 – 게임에서 ‘아케이드’란
머리말에서 언급했듯, 90~2000년대생에게 ‘아케이드’는 넥슨의 ‘크레이지 아케이드’, 그리고 ‘오락실’로 익숙하다.
- 실제로 영어 arcade는 ‘오락실’을 뜻하는 말로도 오래 쓰였다.
- 이유는 간단하다. 아치형 복도(아케이드) 구조를 따라 좌우로 게임기가 늘어서 있었기 때문.
- 국내에서는 ‘아케이드 게임=오락실 게임’이란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다.
지금은 오락실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건축에서의 ‘아케이드’란 말이 더 오래 남는 셈이 됐다.
📝 세 줄 요약
- 아케이드란 ‘아치형 회랑/통로’에서 출발, 현대에는 ‘양옆에 상가가 늘어선 지붕 덮인 통로’를 의미
- 중세 유럽 도시의 상업공간 구조가 시초, 국내외 대형 지하상가/쇼핑몰/상점가에 주로 적용
- 기후 저항성, 유동인구 유지, 도심 보행환경 개선 등의 장점… 전통시장 지붕은 ‘파사주’와 구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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