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또다시 강릉 이야기? 그래도 궁금했다
강릉을 다녀온 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커피 맛있더라!”라고 연신 말하던 것이 떠오른다. 사실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원도 바닷가가 어떻게 “커피의 도시”가 됐는지 당시엔 아는 게 없었다. 호기심은 점점 커졌고, 주변에 커피 업계에서 오래 일한 친구에게 물어봤지만 “유명한 카페 많다더라” 정도의 대답뿐이었다. 왜 강릉이 그렇게 유명해졌는지, 궁금증은 그대로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또 다른 커피 전문가 친구에게 물었지만 역시 딱히 해답을 듣지 못했다. 결국 “내가 직접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여러 자료를 찾아봤다.
📜 본문: 강릉과 커피, 알고 보니 제법 긴 역사
1. 커피 자판기에서 시작된 바다의 카페거리
1980~90년대 안목해변은 지금처럼 멋진 카페거리와는 거리가 있었다. 회집이 들어선 평범한 해안가였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은 건 자판기 커피였다. 낚시꾼과 연인들이 찾아와 자판기마다 미묘하게 다른 맛을 즐기면서 입소문이 퍼졌고, 어느새 안목해변에 자판기 50여 대가 늘어섰다. 그 기억을 떠올리면 친구들과 복불복처럼 자판기 커피 맛을 비교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이 작은 문화가 “바닷가에서 커피 한 잔”이라는 독특한 지역성을 만들어 준 셈이다.
2. 강릉 커피계의 1세대, 그리고 ‘커피 공장’
그 뒤를 이어 커피 전문점들이 하나둘 자리 잡았다. 2001년 문을 연 ‘커피커퍼’는 안목해변 카페거리의 첫 스타트로 알려져 있다. 이어 1세대 바리스타인 박이추가 서울 혜화동에서 운영하던 ‘보헤미안’을 강릉으로 옮겨와 핸드드립 커피 문화를 정착시켰다. 우연히 그를 가게에서 마주쳤던 날, 그는 여전히 직접 원두를 볶고 있었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은 테라로사 창업자 김용덕이다. 외환위기 후 회사를 그만두고 2002년 강릉에 커피공장을 세웠고, 지금은 전 세계 15개국에서 연간 600톤 이상의 원두를 들여와 강릉을 대표하는 로스터리로 키웠다. 이들의 이야기는 “커피 도시”라는 말이 공허한 홍보 문구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3. 커피 축제로 꽃피운 도시
2009년 강릉시는 커피 축제를 시작했다. 매년 10월 열리는 이 축제는 커피 시음회, 로스팅 체험, 음악 공연 등으로 구성되고, 2018년 기준 50만 명 이상이 찾으며 경제 효과는 835억 원에 달했다. 나 역시 몇 해 전 축제에서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커피콩빵을 사 들고 돌아온 기억이 있다. 흑임자 라떼와 초당옥수수 커피처럼 지역 특색을 살린 메뉴들도 인기다. 2024년 기준 강릉에는 약 843개의 카페가 있고, 연간 관광객은 3,400만 명이 넘을 정도다. 이쯤 되면 “커피가 강릉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 장단점과 체크포인트
커피 문화 | 커피 자판기부터 1세대 바리스타까지 독특한 역사와 스토리 풍부 | 유명세에 비해 시설이 낡은 곳도 존재 |
관광 인프라 | KTX 개통으로 접근성 향상, 해변과 카페를 동시에 즐김 | 휴일·성수기에는 인파가 몰려 대기시간 증가 |
지역경제 | 커피 축제가 835억 원 이상의 경제 효과 창출biz.chosun.com | 커피 의존도가 높아 다른 산업 육성이 필요 |
표 아래 참고: 강릉시가 2023년에 커피 산업 육성 조례를 제정하고 3년간 15억 원의 지원계획을 세워 업계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biz.chosun.com.
🌍 여담: 커피 도시 경쟁 그리고 ‘에티오피아집’
재미있게도 최근 다른 지자체들도 “커피 도시”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부산은 커피 산업 육성 조례를 만들고 340억 원을 투입해 커피 특화 지구를 조성 중이다. 대구도 1호 다방과 토종 브랜드를 앞세워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니 “커피 도시 타이틀”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새삼 느껴진다.
한편, 춘천에는 조금 다른 커피 이야기가 있다. ‘에티오피아집’이라고 불리는 카페는 1968년 한국전쟁 참전 에티오피아군을 기려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가 방문한 뒤, 교사 부부 조용이·김옥희가 세운 곳이다. 그들은 일본에서 커피 로스팅을 배워 와 국내 첫 원두커피 전문점을 열었고, 황제가 보내 준 원두를 사용하며 에티오피아 문화를 소개했다. 현재는 딸이 가업을 잇고, 춘천과 에티오피아의 우정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남아있다. 커피 한 잔이 국가 간 우정을 이어 준 사례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 결론: 나에게 커피 도시란?
강릉은 단순히 “카페가 많은 도시”를 넘어, 자판기 커피 시절부터 이어진 긴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다. 나 역시 여전히 안목해변의 파도 소리를 듣는 순간, 자판기 커피의 달콤한 향과 바리스타의 손길을 다시 떠올리곤 한다. 물론 성수기마다 몰려드는 인파와 상업화의 그림자도 존재한다. 그러나 *“왜 강릉인가?”*라는 질문에는 **“그곳에는 이야기와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앞으로도 강릉을 찾게 될까? 아마도 또 한 번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들이켜야 마음이 진정될 것 같다.
✍️ 세 줄 요약
- 강릉이 커피 도시가 된 배경은 1980~90년대 안목해변 자판기 커피 문화에서 시작됐다.
- 박이추·김용덕 같은 1세대 바리스타와 테라로사 등 로스터리가 강릉을 커피 명소로 키웠고, 커피 축제는 연간 50만 명 이상을 끌어모으며 835억 원의 경제 효과를 냈다.
- 최근 다른 도시들도 커피 산업을 육성하고 있지만, 커피와 바다가 함께하는 강릉과 에티오피아와의 우정을 담은 춘천의 이야기는 여전히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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