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한민국 필기구 산업의 부진과 일본 필기구 강세의 이유 : 머리말
유년시절부터 무엇을 하든 장비에 대한 관심이 늘 많았다. 학창 시절에는 신분에 따라 어김없이 필기구류에 대한 관심이 있었기에 부모님을 통해 어른들로부터 용돈을 받는 날이면 생긴 자본을 통해 일본산 샤프나 볼펜을 구매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볼펜이나 샤프 하나가 3,000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국산의 경우 1,000원 내외에 구매가 가능했기 때문에 무슨 필기구가 이렇게 비싸냐는 얘기도 자주 들었다.
학교에서는 늘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좋아했기에 종종 출석 체크를 위해 선생님께 볼펜을 빌려주고는 했는데 그럴 때마다 ‘역시 일제 펜이라 잘 써지네’라는 말을 듣고는 했다. 이런 류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에도 분명 필기구를 만드는 제조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같은 필기구를 만들지 못하는 것일까? 싶었다. 지금이야 필기를 하는 일이 드물어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문득 해당 주제가 떠올라 정리하게 되었다.
2️⃣ 대한민국 필기구 산업의 부진 이유 : 사양 산업
현재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필기구 산업 분야 자체가 사양 산업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유는 다름 아닌 디지털화의 영향을 직격으로 받게 된 것인데 주변을 둘러보더라도 대부분 직접 수기로 필기를 하기보다는 PC나 노트북을 통한 작업을 진행하거나 태블릿에 PDF를 다운로드하여 필기 또한 디지털화하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교육 환경이 빠르면 초등학교부터 진행되니 자연스레 필기구를 찾는 인구도 줄어들고 차츰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이를 방증하듯이 국내 필기구 산업의 경우 2006년에 전성기를 맞이하고 꾸준히 우하향 하다, 2019년에 일어난 코로나 시기에 여행 산업과 더불어 직격탄을 맞았다.
3️⃣ 대한민국 필기구 산업의 부진 : 기술력 한계
필기구 시장에서 고객들을 맞이하는 대표적인 상품은 연필, 샤프, 볼펜, 마킹펜, 만년필이 대부분이다. 우리가 일상 생활 속에서 친숙하게 맞이하는 물건이다 보니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데 앞서 언급한 모든 각 제품별로 제작을 위해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일본산 제품과 같은 고급형 필기구 개발이 어렵다.
(1) 흑연
연필심과 샤프심의 주 재료가 되는 것은 흑연이다. 흑연의 경우 천연 흑연과 인조 흑연 두 부류로 구분되어 지는데 국내에는 필기구 흑연의 주 재료가 되는 천연 흑연이 없어 모두 중국산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일본의 경우 제조 산업의 성숙도가 우리나라보다 높아 인조 흑연을 통해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해당 흑연을 통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
(2) 금속 및 화학기술
볼펜을 예시로 들면, 볼펜 촉에서 볼이 빠지지 않아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필기를 할 수 있도록 일정한 양의 잉크가 미세하게 나와야 하는 조건을 만족하는 볼과 펜 촉을 만드는데 고도의 금속과 화학 기술이 요구된다. 국내에서도 50년간 볼펜볼을 만들던 회사가 일본의 베어링 기술 제작을 깼다고 하니 베어링 제작 기술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체감될 것이다.
4️⃣ 대한민국 필기구 산업의 부진 이유 : 가격 경쟁력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필기구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노동력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산업이다. 국내 필기구 산업의 경우 현재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저가 가격 경쟁과 일본, 독일과 같이 프리미엄 상품 라인으로부터 설자리를 점점 잃고 있다. 반면 국내의 인건비는 점차 상향되고 있기 때문에 토종 필기구 브랜드는 찾아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5️⃣ 대한민국 필기구 산업의 부진 : 국산 필기구 브랜드의 사업 다각화
필기구 산업의 한계를 직감한 국내 문구사들은 각자 먹거리를 찾아 일찍이 사업다각화 및 개편을 시도했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거나, 대중들에게 익숙한 기업 위주로 각 기업별 미래 먹거리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정리해 봤다. 국내 주요 필기구 기업으로 뽑은 곳은 모나미, 바른손, 모닝글로리, 동아연필, 순으로 소개한다.
(1) 모나미
국산 토종 볼펜 브랜드로 유명한 모나미의 경우 1967년부터 업력을 시작한 뿌리 깊은 기업이다. 현재 국내에서 중견 기업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1974년도에 상장하여 국내 코스피 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단순 볼펜과 같은 필기구류만 제조하는 업체로 알기 쉬운데, 필기구 산업이 내리막을 걷기 시작하면서 잉크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색조 화장품 분야에 뛰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친숙함을 어필하며 이상봉 디자이너와 협력해 의류 상품도 판매하는 등 신규 사업 개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 바른손
팬시점으로 유명한 바른손의 경우 1985년부터 시작된 기업이다. 사업 초기에는 문구류와 같이 팬시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하였으나 차츰 회사의 규모가 커지기 시작하며 일찌감치 베니건스와 같인 외식 사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게임 또는 영화와 같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진출을 시도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팬시 사업부의 경우 2004년에 바른손카드로 물적분할 되었고 2018년도에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렇다면 지금도 주식시장에서 보이는 바른손에 대해 궁금해 할 수 있는데, 2005년부터는 문구 사업부와 남이 되며, 문화콘텐츠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성공적인 영화산업 투자작으로는 <장화, 홍련>, <좋은 놈, 나쁜놈, 이상한 놈>, <마더>, <기생충> 등이 있으며, 2019년도부터는 헬스 앤 뷰티 산업으로 뛰어들며 화장품 수출업체인 졸스(Jolse)를 인수했다. 문화사업을 넘어 뷰티시장까지의 진출도 꾀하며 다양한 도전을 진행하고 있다.
(3) 모닝글로리
학창시절 문방구로 유명했던 모닝글로리의 경우 1981년 창립되어 아직까지 상장된 이력이 없는 기업이다. 과거에는 캐릭터 없이 노트와 필기구 생산에 주력하였으며 최근에는 자체 캐릭터를 만들어 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외 유명한 상품을 꼽자면 2009년부터 판매된 수성 롤러볼펜인 마하펜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신규 먹거리 발굴을 위해 2018년부터 알뜰폰 유심 사업에도 도전하고, 화장품을 출시해보기도 하고 여학생들을 타깃으로 한 스타킹 제품 개발에도 도전했다. 가장 최근에 확인되는 뉴스는 2022년도에 1만 원대 여성용 키높이 운동화 생산에 도전한 것인데, 예상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해서인지 다시 문구회사로의 강점을 살려 문구류 상품군의 품목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4) 동아연필
동아 연필은 이번에 소개하는 토종 문구 기업들 중 가장 오래된 업력을 자랑한다. 1946년 미군정 시기에 설립되어 지금까지 대전에서 4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향토기업이다. 업력 자체의 경우 오래 되었지만 의외로 주식 시장에 상장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제품으로는 동아 세라믹 샤프심이나 애니볼 볼펜, 그리고 미피 연필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미 사업다각화가 완료된 기업이라는 점이다. 기업체명에서 알 수 있듯이 사업 초기에는 연필 제작을 통해 시작했으며 뒤이어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크레파스, 색연필, 물감 등을 제조하는 필기 및 문구류 제작 업체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사업 성장을 위해 해외 신규 판로 개척을 진행하고 있으며 생산성 향상을 위해 스마트 공장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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