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촌 상권, 어디서부터 무너졌을까?
2025년 내 시선에서 기록하는 현장
🧭 그때 그 신촌,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신촌은 내 20대의 한가운데였다.
딱히 거창한 목적이 없어도 그냥 신촌역에서 만나기로 하면 다들 “그래, 거기로 가자”고 했다.
한창 때는 주말마다 사람 구경에 밀려 다니는 게 일상이었고, 평일 낮에도 대학생, 직장인, 관광객까지 뒤섞여 거리에 생기가 넘쳤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이 그저 그립다 못해, 요즘 신촌을 걸으면 정말 같은 동네가 맞나 싶을 정도다.
특히 밤이 되면, 환하게 빛나던 거리와 대조적으로 지금은 불 꺼진 가게, 한산한 인도, 썰렁한 골목만 남았다.
그래서, 내 기억과 현장 체감, 그리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모아 2025년의 신촌을 내 방식대로 한 번 뜯어봤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신촌이 왜 이렇게 됐지?”라는 마음이 한구석에서 계속 맴돈다.
🏚️ ‘임대’가 풍경이 된 거리, 예전 신촌이 아니다
솔직히 2010년대까지만 해도 신촌에서 공실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다.
그냥 연세로, 이대 앞, 서강대 쪽 어디든 항상 누군가 들어오고 나가고, 줄을 서는 곳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요즘 신촌을 걸으면 분위기가 다르다.
한두 군데가 아니라 10분만 걸어도 빈 점포, 플래카드가 눈에 너무 쉽게 띈다.
실제로 주말 저녁에도 활기가 사라진 거리, 저녁 9시만 되면 문 닫는 상점들,
몇 달씩 그대로 방치된 가게들이 점점 늘었다.
신촌의 상징 같던 대형 치킨집, 술집,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빠르게 자리를 비우는 걸 보며
“이제 여기도 끝인가?” 싶을 정도다.
거리를 걷다 보면 누군가 일부러 분위기를 죽여 놓은 건가 싶은 기분까지 든다.
📊 신촌·이대 소규모 상가 공실률 변화
2015~2017 신촌·이대 | 0% | 2% |
2021 4Q 신촌·이대 | 16.2% | 5.8% |
2023 3Q 신촌·이대 | 22% | 5.8% |
2024 2Q 신촌·이대 | 18.3% | 8% |
출처: 한국부동산원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 2024 /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
수치만 보면 실감이 잘 안 날 수 있는데,
진짜로 체감되는 건 거리에 흐르는 공기 자체가 변했다는 점이다.
신촌의 젊음, 활기, 트렌디함이 뚝 끊긴 자리에
‘임대’와 ‘공실’이라는 차가운 단어만 남아 있다.
🏗️ 변하지 않는 건물, 시간이 멈춘 동네처럼
신촌의 오래된 건물들을 보면,
이 동네만 시간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2~4층짜리, 벽돌이나 낡은 타일로 된 건물이 줄지어 있고,
주차장 제대로 갖춘 곳은 진짜 손에 꼽는다.
젊은 창업자나 브랜드가 들어오려고 해도
딱 들어올 만한 공간 자체가 너무 없고,
간혹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기존 건물 구조 때문에 한계가 분명하다.
내가 실제로 직접 방문해본 몇몇 카페도
‘여기서 장사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설비나 분위기가 옛날 그대로인 경우가 많았다.
신촌이라는 공간이 계속 ‘과거의 성공 경험’에만 기대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여유조차 사라져 버린 게 아닌가 싶다.
새로 들어온 건물들도 있지만,
이런 몇몇 시도가 신촌 전체의 낡고 무거운 공기를
바꿀 정도로 크진 않은 것이 현실이다.
💸 임대료는 왜 내릴 줄을 모를까?
신촌의 임대료 문제는 진짜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고 쌓여 온 상처 같은 거다.
이 동네는 ‘서울 3대 번화가’ 타이틀 때문에 항상 임대료가 높았고,
경기가 꺾여도, 손님이 줄어도, 매출이 반 토막 나도
월세만은 좀처럼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건물주 입장에선, 지금까지 받던 임대료 수준을 쉽게 양보하면
한 번 내려간 가격은 다시 올리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있겠지만
임차인 입장에서는 버틸 수가 없어 결국 문을 닫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권리금을 포기하고 나가는 경우도 점점 많아지고,
새로 들어오는 가게들은 그 자리를 오래 버티지 못하는 구조가 이미 굳어졌다.
이게 반복되다 보니, 임대료만 높게 유지되는 ‘공실’ 상가가 늘어
거리 자체가 점점 더 썰렁해진다.
📊 임대료 변화(2021~2023년)
신촌동 | 128,423원 | 173,821원 | 35.4% |
서교동(홍대) | 148,284원 | 190,553원 | 28.5% |
출처: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 2024
이런 현실 속에서
창의적이고 참신한 가게, 젊은 창업자가 들어오기 힘든 건 당연하다.
‘공실이 많은데도 왜 임대료만 버티지?’라는 질문은
결국 신촌의 변화가 왜 더딘지,
그 핵심 이유이기도 하다.
🎓 젊은이들 발길도 끊긴 대학가, 신촌의 현실
신촌을 특별하게 만들었던 건 ‘대학가’라는 정체성이었다.
연세대, 이대, 서강대 세 학교만 합쳐도 하루 만 명 넘는 학생이 오가는,
진짜 젊음의 심장이었던 곳.
하지만 2014년 이후 연세대 신입생이 대거 송도 캠퍼스로 빠지고,
이후 대학생 소비도 급변했다.
과거엔 점심 먹고 카페 가서 친구들이랑 모여앉아 수다 떨고
술집, 음식점, 서점이 북적이던 그 동네가
지금은 방학·시험 시즌엔 거의 유령도시처럼 변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엔
- 수업 자체가 비대면으로 전환
- 배달, 온라인 쇼핑, 장기 체류형 프랜차이즈 카페 선호
이런 패턴이 자리잡아
상권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 신촌역 1일 이용객 수 변화
2003년 | 12만 명 |
2023년 | 7.5만 명 |
출처: 서울교통공사, 2024
내가 자주 다니던 연세로 카페들도
이젠 테이블 한두 개만 채워진 채 한산하게 운영되고,
오히려 배달기사, 라이더들만 더 자주 보이게 된 게
이 변화의 현실이다.
👗 예전의 이대 앞, 지금은 ‘유령 상가’만 남았다
이대 앞은 2010년대까지만 해도
“화장품, 옷, 길거리 음식, 중국인·일본인 관광객”
이 네 단어만으로 다 설명될 만큼 활기찼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것도 남지 않았다.
한한령 이후 K-뷰티 열풍이 식고,
코로나19로 관광객 자체가 끊기면서
화장품 로드숍, 의류 브랜드, 심지어 오랜 전통의 음식점들도
속수무책으로 문을 닫았다.
최근엔 ‘무인 아이스크림’, ‘인생네컷’ 같은
인건비 적게 드는 업종만 살아남아
신촌·이대 앞 거리는 실제로 활기 대신
공허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예전엔 옷 가게 앞에 쇼핑백 들고 있는 관광객이 기본 배경이었는데
이젠 사진 찍는 사람도 드물고,
옛 간판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건물은 ‘유령 상가’에 가깝다.
출처: 중앙일보, 서울신문, 매일경제 2023~2025 / 현장 체감 종합
🚶♂️🏞️ 사람은 홍대·연남으로, 신촌만 점점 더 비어간다
홍대는 언제부턴가 신촌과는 비교도 안 되는 ‘서울 메인 핫플’이 됐다.
연남동, 망원동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문화벨트가
끊임없이 새로운 매장, 카페, 공연장, SNS에서 유명한 포토존을 만들고 있다.
반면 신촌은 여전히
‘과거의 영광’, ‘예전 그대로’라는 말밖에 붙일 게 없다.
외부 방문객들 입장에서는
“차라리 홍대 가자”가 공식처럼 자리잡았다.
심지어 지리적으로도 도보 10~15분이면 갈 수 있는데
심리적, 문화적 거리는 더 멀어진 기분이다.
내가 홍대 연남 쪽에 갔다가 신촌 쪽으로 넘어와 보면
‘여기엔 왜 사람이 없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트렌드, 활기, 감성이 전부 한쪽으로 쏠려버렸다.
출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2024 / 현장 인터뷰 종합
🏙️ 바꿔보려는 노력, 아직 갈 길이 멀다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신촌의 분위기를 바꾸겠다며 2010년대 중반부터
도시재생, 청년 창업, 문화공간 조성 등 온갖 정책과 예산을 쏟았다.
창천문화공원, 신촌 파랑고래 같은 청년 복합공간은
실제로 한 번쯤은 찾아가 볼 만한 곳이 됐고
신촌 박스퀘어 같은 창업 상가도 젊은 사장님들에게 기회의 장이 됐다.
골목길 정비, 창업기숙사, 캠퍼스타운 협력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2025년 들어 연세로 차량 통행 제한을 해제하니
일시적으로 매출이 22%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이
신촌 전체를 바꿀 만한 체감까지 이르기엔 아직 부족하다.
거리 곳곳에서 “이제 막 변화가 시작됐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출처: 서울시 도시재생사업 공식 자료, 2024 / 서대문구청
🧑🔬 진짜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들
진짜 신촌이 살아나려면
공실 문제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상권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해법은
- 임대료 현실화,
-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업종(서점, 공방, 전시, 문화콘텐츠 등) 확산,
- 대학과 지역 연계 강화(캠퍼스 개방, 신입생 연계 프로그램, 주민-학생 공동 행사),
- 라이브커머스, K-팝, 메타버스 등 오프라인에만 없는 색다른 체험형 트렌드 업종 유치,
- 상권 거버넌스와 데이터 기반 상시 모니터링 등
모두가 동시에 굴러가야만 한다고 본다.
결국, 옛 영광만 좇다가 놓친 본질(‘사람이 모이고, 머무르고 싶어야 한다’)을
이젠 제대로 다시 세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출처: 서울연구원, 2023 / 상권 전문가 인터뷰, 정책자료 종합
📝 내가 기억하는 신촌, 그리고 다시 기대하는 변화
내 기억 속 신촌은 언제나 활기찼고,
친구를 만나든, 혼자 걷든, 늘 뭔가 에너지가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지금 신촌을 걷다 보면, ‘과거의 명성’과 ‘현재의 변신’ 사이에서
아직 갈피를 못 잡고 머뭇거리는 동네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새로운 씨앗들은 이미 심어졌다.
임대료 현실화, 상권의 개성, 대학생 유입, 그리고 체험형 업종 유치,
이런 것들이 쌓이면 언젠가 또다시 신촌이
‘서울의 청춘 핫플’이란 말을 듣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 세 줄 요약
- 신촌 몰락은 단순히 가게가 비었다는 게 아니라, 임대료, 건물 노후, 대학가 구조, 소비 변화가 한 번에 쏟아진 결과다.
- 재생 시도는 많지만, 아직 거리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제한적이다.
- 상생 임대, 상권 개성, 대학·커뮤니티 연결, 트렌드 업종 유치가 회복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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