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하상가 50년 – 방공호, 쇼핑몰, 그리고 일상

2025. 6. 3. 00:00·도시 이야기/도시 정보
목차
  1. 🚇 “지하상가, 그냥 지나치는 공간이 아니구나 싶은 순간”
  2. 🌏 해외에서 지하상가가 먼저 자리잡은 이유 – 기후가 다 했다?
  3. 🧱 한국 지하상가, 왜 굴다리에서 ‘핫플’이 됐을까
  4. 🛍️ 1970~80년대, 지하상가가 일상이 된 시절
  5. 🧭 1990~2000년대, 변화의 바람 – 대형 쇼핑몰·온라인의 등장
  6. 🌀 2020년대, 지하상가의 미래는 어디로?
  7. [결론]
  8. 📝 세 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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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지하상가의 역사, 내 생활의 일부가 되기까지


🚇 “지하상가, 그냥 지나치는 공간이 아니구나 싶은 순간”

정작 캐나다에 살 때도 지하상가란 걸 일상에서 자주 경험한 것은 아니다.
토론토 근교의 조용한 동네에서 겨울을 보내보면, 사람들 모두 실내를 찾아 들어가는 심정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도심처럼 지하상가가 일상에 녹아든 풍경은 아니었지만,
토론토 시내에 나가서 눈 쌓인 거리 대신 지하 쇼핑센터를 거닐 때마다
‘아, 진짜 큰 도시는 실내 공간이 다 연결되어 있구나’라는 걸 몸으로 느꼈던 것 같다.

실제로 몬트리올, 홍콩 등 세계적으로 지하상가가 발달한 곳은
직접 가보거나, 친구들한테 얘기만 들어도 ‘여긴 아예 도시 자체가 지하로 한 번 더 깔려 있다’는 말을 하게 된다.
그런 풍경이 나한테는 새삼 신기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돌아보면, 내 일상에서 지하상가라는 게 진짜 생활 속 공간이 된 것은
서울에서 지낼 때였다.
서울 도심 곳곳에 깔린 지하상가, 출퇴근길에, 친구 만나러 가면서, 혹은 그냥 시간 때우러 걷다 보면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지하상가’가 내 루틴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수원이나 인천 쪽도 가끔 볼일이 있으면 들렀지만,
확실히 서울에서 겪는 지하상가만큼 익숙한 공간은 드물었다.

이렇게 보니,
지하상가는 단순히 비·추위를 피하는 곳, 상점들이 모여 있는 통로 이상의 의미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서울에서, 그리고 가끔 수원·인천에서 겪었던 그 느낌을 바탕으로
이 공간이 어떻게 변해왔고, 또 어떻게 생활에 녹아들었는지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다.


🌏 해외에서 지하상가가 먼저 자리잡은 이유 – 기후가 다 했다?

솔직히 해외에서 처음 지하상가라는 걸 체험했을 때, ‘아 이건 기후가 만든 문화구나’ 싶었다.
특히 몬트리올은 그냥 겨울왕국이다.
도시 곳곳이 지하로 이어져 있고, 실내에서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밖에 나갈 필요가 없었다.
실제로 통계 보면 몬트리올 RÉSO 같은 지하도시는 매일 50만 명 이상이 이용한다고 한다.
체감상 ‘진짜 다들 여기로 숨어들었구나’ 싶은 느낌이 든다.

홍콩도 똑같이 도로에 발을 디딜 수 없을 만큼 덥고, 습하다.
그래서인지 건물-건물 사이마다 실내보행로나 지하상가가 당연하게 연결되어 있다.
여름이면 에어컨 빵빵한 곳에만 사람들이 몰려 있고, 밖엔 거의 아무도 없다.
일본은 또 약간 다르다. 여긴 그렇게 극한의 기후는 아닌데, 인구가 너무 많고 내수시장이 커서, 도쿄나 오사카 가면 1950~60년대부터 역세권마다 지하상가가 기본이 되어 있다.
지하에만 수십, 수백 개 가게가 붙어있는 곳을 걸어보면 ‘이게 진짜 도시 밀집의 힘이구나’ 싶어진다.


[표] 해외 대표 지하상가 특징

도시특징(체감)대표 지하공간
몬트리올 혹한+폭설, 지상에 사람 없음 RÉSO(32km, 대형 지하도시)
홍콩 무더위+습기, 빌딩 실내 연결 센트럴, 침사추이 등
일본 도시밀도+내수, 역 중심 상권 도쿄·오사카 치카가이
 

출처: 몬트리올시청(2024), 일본 국토교통성(2023), 홍콩관광청(2023)

사실, 이런 기후·밀집의 힘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한국은 여기에 딱 하나 더 얹어진 게 있다.
바로 ‘민방위’와 ‘방공’이라는 특유의 역사적 맥락이다.


🧱 한국 지하상가, 왜 굴다리에서 ‘핫플’이 됐을까

나는 사실 지하상가가 처음부터 사람들이 북적거렸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1960년대 이전엔 오히려 지하는 그냥 ‘굴다리’ 수준이었다고 한다.
1963년 인천에 처음으로 생긴 지하보도도 사람들이 ‘굴다리’라고 부를 정도로, 별 감흥도 없고, 어둡고, 으스스한 곳이었다.

그러다 1967년, 갑자기 서울 시청 앞에 **‘새서울 지하상가’**가 생겼다.
이건 진짜로, 당시엔 ‘지하에 가게가?’라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실제로 그때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개점식에 참석할 정도였으니,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상징이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작은 공간이지만, 그때는 엄청난 혁신이었다.
젊은 사람들, 멋쟁이들이 일부러 ‘한 번쯤 들르는 곳’이 되었고, 지하에서 비도 피하고, 쇼핑도 하고, 문화도 즐기는 곳으로 입소문이 퍼졌다.
그런데, 이게 그냥 ‘멋 부리러’ 만든 게 아니라, 배경엔 확실히 **‘민방위’**라는 맥락이 있었다.
유사시엔 대피시설, 평시엔 상가로 쓰자는 이중적 목적이 계획 단계부터 들어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통로도 일부러 넓고 튼튼하게 만들고, 지하 공간이라는 게 단순 상업공간을 넘어서 방공호, 대피소 역할을 겸했던 것이다.


[표] 한국 지하상가 탄생 배경

시기공간용도/의미
1963 인천 동인천 굴다리, 대피·통로
1967 새서울 지하상가 본격 상업·문화공간, ‘핫플’ 시작
1970~ 전국 확산 민방위·상업 이중목적, 교통분산
 

출처: 서울시 도시계획국, 국토연구원(2024)


🛍️ 1970~80년대, 지하상가가 일상이 된 시절

내가 종로·명동 지하상가에서 느낀 분위기, 사실 70~80년대에는 더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 도심 곳곳에 지하상가가 늘어나면서, 지상과 지하가 마치 두 겹의 도시처럼 움직였다.
‘비 오는 날 약속? 지하상가에서 만나자’ 이 말이 그냥 유행어가 아니라 생활이었다.
지하상가 안에서 신상품 구경, 저렴한 물건 쇼핑, 친구 만나고, 우연히 옆 가게 구경하다가 신기한 물건도 사고.
당시 신문 기사 보면 “젊은이들이 지하상가로 몰린다”, “최신 유행은 다 지하에서 시작된다” 이런 말이 정말 많았다.

이때 만들어진 지하상가들은 단순히 쇼핑만 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안에 들어가보면, 민방위 대피소 구역 표시, 두꺼운 벽, 쓸데없이 넓은 통로…
‘왜 이렇게 넓지?’ 싶었는데, 실제로는 방공호 역할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했기 때문이었다.


[표] 1970~80년대 지하상가의 변화

장소특징
종로·명동 패션·잡화, 문화의 중심지
동대문 민방위훈련, 생활상가
수원역 학생·직장인·동네 주민 북적, 실생활 밀착형 상권
인천 부평 미로형, 다양한 잡화와 생활상품, 복잡한 동선
 

출처: 서울시설공단(2024), 인천시 부평구, 수원시청(2024)

지금도 이 시절을 기억하는 어르신들은 “비 올 땐 무조건 지하로 갔다”, “지하상가가 데이트 코스였다”라는 말을 자주 하신다.
개인적으로도 중고등학생 때 명동이나 수원역 지하상가에서 친구들이랑 쇼핑도 하고, 소소하게 군것질하며 돌아다녔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인천 부평역 지하상가에선 길을 잃거나, 우연히 재밌는 가게를 발견했던 그 감각이 지금도 아련하게 남아 있다.


🧭 1990~2000년대, 변화의 바람 – 대형 쇼핑몰·온라인의 등장

90년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다.
백화점, 대형 쇼핑몰, 그리고 무엇보다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최신 유행=지하상가’ 공식이 점점 약해지기 시작한다.

이제 지하상가는 옛날처럼 ‘핫플’은 아니지만, 실속형 생활 상권, 혹은 특정 취향(카메라·LP·수집품) 위주의 ‘테마 공간’으로 변모한다.
관리도 예전엔 상인조합이 자율적으로 했다면, 이제는 서울시설공단 같은 공공기관이 체계적으로 관여하게 됐다.

가끔 강남 고투몰이나 부평역 지하상가처럼 여전히 어마어마한 유동인구와 ‘던전’급 구조를 가진 곳은,
쇼핑뿐 아니라 산책, 데이트, 심지어 여행지로도 사람들이 찾아가는 공간이 되었다.


🌀 2020년대, 지하상가의 미래는 어디로?

요즘에도 도심에서 지하상가를 안 거치는 날이 거의 없다.
특히 출퇴근길엔 그냥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된다.
서울만 해도 4,700여 개 점포가 지하에 운영되고 있고, 지방 도시들도 여전히 이 구조를 활용 중이다.

최근엔 오래된 지하상가를 ‘문화예술 공간’이나 청년 창업·리테일, 심지어 메타버스 체험관으로 리모델링하는 곳도 많다.
회현 지하도상가처럼 LP, 카메라, 동전, 우표 등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가게들이 모여드는 곳은, 진짜 예전 감성에 목마른 사람들의 성지다.
신당창작아케이드처럼 예술가 작업실, 공방, 전시공간으로 변신한 곳은 한 번쯤 꼭 들러볼 만하다.


[표] 2020년대 지하상가 현황

구분대표 상가특징
대형상권 부평역, 강남고투몰 미로 구조, 다양한 업종
특화상권 회현지하상가, 명동 LP, 중고, 레트로
리뉴얼 신당창작아케이드 예술가 공방, 문화공간
 

출처: 인천시 부평구, 서울문화재단(2024)


[결론]

🌉 “지하상가는 오늘도 우리의 생활을 잇는다”

어릴 때는 그냥 지나가는 통로, 혹은 약속장소, 데이트코스 정도로만 여겼던 지하상가가
알고 보면 ‘민방위’ ‘도시화’ ‘생활경제’가 한데 얽힌 우리나라만의 도시풍경이라는 걸 요즘 들어 실감한다.

종로 지하상가를 걷다가 문득 ‘여기가 예전엔 대피소였겠구나’,
부평역 던전에서 한참 길을 헤매다 보면 ‘이렇게 미로처럼 복잡한 데도 결국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았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지하상가에서 본 LP 가게, 중고 카메라 샵, 그리고 옆자리에서 커피를 마시는 아주머니까지…
이 모든 풍경이 한 도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것 같다.

앞으로도 지하상가는 계속 변할 것이다.
날씨, 트렌드, 시대가 어떻게 바뀌든,
도심 속 두 번째 거리이자 생활의 일부로 남을 것은 분명하다.


📝 세 줄 요약

  1. 해외 지하상가는 극한 기후와 도시 밀도, 한국은 민방위·상업의 복합적 이유로 발전했다.
  2. ‘굴다리’에서 시작한 지하상가는 70~80년대에 도시 생활의 중심이 되었고, 요즘은 테마·문화·생활공간으로 변화 중이다.
  3. 오늘도 우리는 이 공간을 지나치며, 도시의 과거·현재·미래를 함께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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