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의 무선 이어폰 연대기 : 머리말
경기도민으로서 남들에 비해 대중교통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편이다. 무료한 이동시간을 달래기 위해 영상을 시청하든 노래를 들으며 다녔다. 자연스레 이어폰과 가깝게 지냈다. 간혹 이어폰을 집에 두고 오는 날이면 그런 날에는 왠지 모르게 답답했다. 가방 속에서 엉켜 있는 이어폰을 꺼내던 시절이 엊그제 같다. 2016년 애플이 선보인 에어팟 1세대의 등장 이후로 유선 이어폰을 찾아 보는 것이 더 힘들어졌다.
이제는 오히려 복고풍 유행이라 생각될 정도로 밖에 나가 사람들을 둘러보면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모두 귀에 무선 이어폰을 끼고 다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처음 등장할 때만 하더라도 콩나물이라 놀림을 받았던 에어팟이었는데 세계적으로 코드리스 이어폰이라는 시장과 유행을 주도했다. 처음 에어팟을 보았을 때 어딘가 이질적인 디자인 때문에 멀리했던 기억이 있다. 가격 역시 일반적인 유선 이어폰에 비해 높은 것도 한 몫 했다.
복합적인 이유들로 인해 무선 이어폰을 늦게 사용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IT 제품과 관련한 후기 글이 인기가 많아서 포스팅 해보면 좋을 것이란 생각이 문득 들게 되었다. 유선 이어폰에서 무선 이어폰으로 넘어오며 만난 제품들과 해당 제품이 가졌던 장단점에 대해 가감없이 총 정리 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2️⃣ 나의 무선 이어폰 연대기 : 애플 이어팟
아이팟(iPods)을 사용해본 적은 없지만 이상하게도 이어팟(EarPods)은 꽤 오랜 기간 동안 사용했다. 지인이 남는다며 넘겨준 이어팟을 꽤나 요긴하게 사용했다. 당시에는 인이어형 이어폰을 선호했기 때문에 이어팟을 불신하며 받았지만 막귀를 가진 내가 들어도 음질이 좋고, 가벼워서 마음에 들었다. 아주 오래 되어서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1년여 정도를 꾸준히 사용했다.
유선 이어폰의 고질적인 문제라 볼 수 있는 전선 때문에 녀석을 보내게 되었다. 보통 이어폰 단자 쪽의 연결 부위가 헐거워져서 망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여기는 괜찮았고 문제는 다른 부위에서 발생했다. Y자로 갈라지는 부분의 연결이 점차 벗겨지더니 피복 안에 있는 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점차 보이는 전선들이 많아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전선의 연결이 끊어지면서 보내줬다. 피복이 벗겨진 채로도 꽤 오래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
3️⃣ 나의 무선 이어폰 연대기 : 알리발 이어팟
망가진 이어팟을 대체하기 위해 재구매를 고려했으나 무선 이어폰에 대한 갈증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유선 이어폰을 구매할 예산을 아껴서 새로운 유형의 기기를 사는게 더 나을 것이란 생각이 머리 속을 끊임없이 맴 돌았기 때문이다. 또한 유선 이어폰 자체가 소모품 성격이 너무 강한 탓에 돈을 투자하는데 회의적인 생각도 컸다. 그래도 무선 이어폰 자체가 워낙 고가였기 때문에 가격도 만족하며 성능도 괜찮은 이어폰이 필요했다.
어떻게 하면 가격과 성능을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고민하던 와중 알리발 이어폰이 나쁘지 않다는 댓글을 보게 되었다. 알리발 이어팟에 대한 호평이 많길래 속는 셈치고 구매하게 되었다. 개당 12,000원이라는 믿기지 않을 가격이었기 때문에 바로 주문했다. 애플의 이어팟과 포장은 똑같았고 성능도 비슷했다. 애플 직원이라도 어떤 제품이 가품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제품부터 포장까지 마감이 완벽했다. 잘 사용하다가 지하철에서 잊어버리며 예기치 못한 작별을 했다.
4️⃣ 나의 무선 이어폰 연대기 : 다이소발 이어팟
1년간 애용하던 알리발 이어팟과 이별함에 따라 급한대로 이어폰이 필요했다. 알리에서 재구매를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워낙 배송이 느리기도 하고 예전에 구매했던 판매자가 사라져서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요즘 어지간한 가성비 제품은 다이소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며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 다이소에서 5,000원짜리 유선 이어폰을 구매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알리발 이어팟에 비해 너무 가벼운 무게 때문에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엄청 가벼운 플라스틱 내부에 최소한의 이어폰 부품을 넣은 느낌이 들었다. 완전히 알리발 이어폰과 음질이 같을 수 없겠지만 나름 들어줄만 했다. 한동안 잘 이용하다가 6개월 만에 자체 과실로 인해 파손되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세탁기에 넣고 빨래를 해버린 것 때문이다. 단순 빨래만 했다면 한 번의 기회가 있었을텐데 건조기까지 돌리는 바람에 산산 조각났다.
5️⃣ 나의 무선 이어폰 연대기 : 노브랜드 블루투스 헤드셋
본격적으로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기 앞서 실험적으로 구매하게 된 제품이다. 구매 당시 노브랜드라는 브랜드에 푹 빠져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무한 신뢰로 구매를 결정했다. 제품 개봉과 동시에 블루투스 헤드셋(FEBH8000A)과 함께 러닝을 나갔는데 기대감은 곧장 실망감으로 변했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너무 별로였다. 무게, 연결성, 음질이라는 세 가지가 모두 실망스러웠다.
20,000원대의 제품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너무 가벼워서 양쪽의 플라스틱이 뛸 때마다 쇄골뼈를 강타했고, 스마트폰을 손에 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간헐적임 끊김 현상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여기에 물속에서 말하는 듯한 음질은 덤이었다. 두 번 정도 사용한 다음 고이 상자에 넣어뒀다. 노브랜드 제품 중에서 가장 실망스러웠고 돈이 아까운 제품이었다.
6️⃣ 나의 무선 이어폰 연대기 : QCY T3
노브랜드에 한번 당하고 나서 무선 이어폰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다 QCY 제품의 가성비가 정말 좋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된 제품을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철저히 조사했다. QCY 제품은 블로거부터 유튜버들까지 모두 칭찬이 자자했다. 가격부터 마감까지 나쁘지 않다며 호평이 자자했다. 세상에 어떻게 10,000원짜리 무선 이어폰이 있겠는가? 밑져야 본전이라 생각하며 직구를 진행했다.
색상은 흰색과 검정색이 있었는데 흰색이 품절이라 검정색을 구매하게 되었다. 처음 사용하는 1주일 동안은 정말 잘 이용했는데 이어폰의 왼쪽과 오른쪽이 함께 스마트폰에 연결되지 않는 불편함이 존재했다. 유튜버들은 이런 것에 대한 설명이 없었는데 뭔가 당한 느낌이 들었다. 구글링을 해보며 고쳐보려 했으나 해당 불만 사항이 개선되지 못했다. 제 아무리 가성비가 좋다 하더라도 저렴한데는 이유가 있구나 새삼 느끼게 되었다.
7️⃣ 나의 무선 이어폰 연대기 : 애프터샥즈 골전도 이어폰 AS650
구매 계획이 없었지만 우연한 계기로 얻게 된 제품이다. 일반 이어폰 보다 청력 손실에 영향을 덜 준다는 골전도 이어폰이다. 러닝을 좋아하기 때문에 꾸준히 애용한 제품이다. 진동을 통해 소리를 전달해서 그런지 저음이 잘 들리는 것이 특징이다. 당시 에어팟 1세대가 나왔을 무렵부터 사용하게 되었는데 음질이 에어팟이나 버즈 보다 월등히 좋아서 만족하며 사용했다.
단점이 있다면 함께 동봉된 이어플러그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소리를 최대로 설정해야 잘 들리는 것과, 디자인 문제로 인해 운동을 할 때가 아니라면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기 다소 무리가 있었다. 초기 모델이라 그런지 가격도 나름 비쌌다. 물론 에어팟 보다는 저렴했지만 운동 전용으로만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러웠다. 1년 이상을 잘 이용하다가 충전이 안되는 문제가 생겨 이별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AS를 통해 수리하며 이용하려 했지만 국내 애프터샥즈 총판에 문의 해본 결과 부분 수리가 불가능하며 고장난 제품과 추가 금액을 지불할 경우 신품으로 바꿔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삼성의 AS 정책에 익숙해서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70,000원 정도를 추가로 지불하여 기존에 사용하던 모델 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모델로 변경했다.
8️⃣ 나의 무선 이어폰 연대기 : 애프터샥즈 골전도 이어폰 Aeropex
기존 골전도 이어폰을 수리하며 받게 된 제품이다. 상위 모델임에도 체감될 정도로 달라진 점은 많지 않았다. 굳이 꼽자면 충전 방식이 변경되었다. 예전에는 스마트폰 5핀으로 충전을 했는데 이번 제품부터는 함께 제공해주는 자석 USB로 충전 방식이 변경되었다. 이렇게 바뀌면 고장날 일이 줄어들 것 같았지만 오히려 충전부가 외부로 노출되어 있어서 불안했다.
예전에는 충전 단자를 덮어주는 덮개가 존재했는데 해당 제품부터는 완전히 외부로 노출되어 있었다. 운동용으로 사용하는 기기의 특성상 땀이 들어갈 확률이 높은데 이런 것을 고려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실제로 사용하면서도 땀이 들어가며 자석 부분이 갈색으로 변색 되는 경우도 종종 봤다. 그래도 돈 값은 하는 제품이긴 하다. 가볍고 오래 사용하더라도 귀가 아프지 않아 운동용 이어폰을 찾는 사람이라면 구매를 추천한다.
9️⃣ 나의 무선 이어폰 연대기 : 애플 에어팟 프로 1세대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로서 에어팟과 버즈 중 끝까지 고민하다가 구매를 결정했다. 무선 이어폰 구매를 위해 직접 매장에 방문하여 두 제품 모두 사용해봤다. 개인적으로 버즈의 이어버드 모양이 귀와 잘 맞지 않아서 에어팟 프로를 구매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핫딜로 꽤 저렴하게 가격이 올라와서 구매를 진행했다. 아마존발 리퍼 제품이긴 했지만 120$라는 가격 때문에 모든 것이 용서가 되었다.
꿈에 그리던 에어팟을 사용하며 첫인상은 그리 좋지 못했다. 갤럭시x에어팟 조합으로 인해 못쓰는 기능이 많기도 하고 사용할 때마다 들리는 노이즈와 새소리 때문에 혁신의 아이콘인 애플에 대해 의구심이 생겼다. 디자인과 가격은 굉장히 만족스러웠지만 성능적으로 엄청 실망하며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유튜브를 보다가 일부 에어팟 1세대 제품에 결함이 발견되어 무상으로 교환해준다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혹시나 내 에어팟도 그래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인가 싶어 가로수길 애플 매장에 방문했다. 엔지니어분과 제품에 대한 얘기를 하고 정상적으로 리퍼를 받았는데 문제가 엄청 심했는데 그동안 어떻게 사용했냐며 고생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른 제품으로 교환을 받은 다음 이전과는 체감될 정도로 노이즈가 사라졌다. 어쩌다 보니 리퍼도 받게 되어 지금까지 현역으로 잘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다. 여담이지만 에어팟 때문에 아이폰으로 넘어갈까 잠시 고민도 한 적이 있었다.
🔚 나의 무선 이어폰 연대기 : 마무리
유선 이어폰에서 무선으로 넘어오기 까지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제품을 경험해서 놀랬다. 정말 길어야 5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생각했지만 하나씩 따져보니 얼추 7~8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 것 같다. 평소 어떤 제품을 구매 하더라도 많은 것을 고민해보며 구매하는 성향 때문에 전환기를 맞이하기 까지 오래 걸린 것 같다.
다양한 종류의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며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유선처럼 어느정도 소모품적인 성향을 띄는 것이다. 선 때문에 단선 될 확률은 전무하지만 내장된 배터리 때문에 스마트폰처럼 사용기간이 길어지면서 배터리 성능이 자연스레 떨어지는 것이 크다. 어쩌다 보니 지난해 에어팟 프로를 리퍼 받게 되어서 망가지거나 분실하는 것이 아니라면 쭉 지속해서 사용할 것 같다.
'후기 > 사용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올영세일 첫 구매 후기 : 빌리프 수분 크림 구매 후기 (0) | 2023.12.24 |
---|---|
모바일 게임 카이로소프트 섬도시스토리 후기 (23) | 2023.12.08 |
100W PD 충전과 데이터 전송을 동시에! 투키와 Essager C to C 패브릭 USB 케이블 비교 후기 (54) | 2023.12.04 |
무신사 스탠다드 양말 후기 1507 양말과 비교: 어떤 양말이 더 편하고 내구성이 좋을까? (40) | 2023.12.01 |
알리 블프, 저렴하고 실용적인 물품들을 소개합니다. (무선 미니 키보드, 벨트 펀칭기, 자동차 창문 닦이 구매 후기 포함) (61) | 2023.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