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숲 사이에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겪다 보면 잠시 일상을 탈출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점차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어느 순간에 이런 것들도 특효가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아직까지 내게는 이런 방법이 유효한 것 같다.
유난히 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올여름 친구가 바다를 보자고 계속 제안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소속 부서에 너무나 많은 일과 인사 변경이 있어 차마 휴가를 쓰지 못했는데 이번에 시간적 여유가 생김에 따라 번개로 여행을 제안했다.
일요일 늦은 저녁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올 여름 가지 못했던 여행을 다녀와 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물어보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친구의 목소리가 아직도 떠오른다.
너무 무리한 일정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연락이 오는 것은 어려우리라 마음을 접고 있을 무렵, 친구로부터 짧은 메시지가 도착했다. “가잣 바다로”
업무를 마친 친구를 그대로 마중 나가 차에 태워 강릉으로 출발했다.
퐁당퐁당 쉬는 연휴가 많은 지금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강릉으로 향하는 길은 막힘 없이 쭉 뻗어 나갈 수 있었다.
수도권 지역에서 2시간 이상 운전해 본 경력은 있었지만 강원도 쪽으로의 이동은 처음인지라 가는 길이 생각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아마도 속도 구간 단속도 잦아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
이틀만에 출발하는 무계획 여행인지라 목적지인 강릉에 가까워질수록 친구가 휴대폰을 통해 여행지에 관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강릉 중앙시장에 도착해서 간단한 먹거리를 사고 강릉 카페거리 앞에 위치한 백사장에서 일몰을 구경하기로 했다.
당일 강릉의 일몰 시간을 확인해 보니 중앙시장에는 17시 30분쯤 도착했다. 시간이 촉박하긴 했지만 먹거리 사는 시간을 줄인다면 충분히 일몰 시간에 맞춰 백사장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징어순대가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서, 내가 대기를 담당했고 친구가 바로 옆에 있는 닭강정 집에 들러 강정을 구매했다.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최대한 사람들이 덜 있는 곳에 방문했다.
백사장까지는 자가용으로 10분 정도 소요될 정도로 가까웠는데 이동하는 동안 해지는 모습을 보니 장관이 따로 없었다. 이동하는 내내 자동차를 가득 채운 오징어 순대 냄새를 정말이지 참는데 곤욕스러웠다.
아직 운전이 익숙지 않아 늘 주차가 발목을 붙잡고는 하는데 백사장 근처에 큰 주차장이 있어서 별 무리 없이 주차를 마쳤다. 음식거리를 들고 빠르게 백사장으로 이동했다.
백사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소금기를 머금은 공기가 코에 은은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난 9월에도 이곳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보다 더 이국적인 풍경으로 멀지만 온 보람이 있었구나 싶었다.
떨어지는 노을은 붉다 못해 보라색에 가까웠는데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하늘이 장관이었다. 마치 해외에 있는 관광지에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비록 돗자리도 없고 음식만 있는 조촐한 자리긴 했지만 AI로 생성한 듯한 이국적인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잠시나마 일상에서 탈출한 느낌이 들었고, 서로 말없이 풍경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차 안에서부터 냄새로 우리를 괴롭혔던 오징어순대의 맛은 가히 최고였다. 처음으로 누룽지 형식의 오징어순대를 먹었는데 자칫 비릿하면서 물릴 수 있는 것들을 잡아줘서 먹어본 오징어 순대 중 가장 맛있었다.
반면, 닭강정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줬다. 가격이 12,000원이었는데 조각을 셀 수 있을 정도로 양이 적기도 했고 맛도 너무 평범해서 돈을 뺏긴 느낌이 든다며 먹었다. 강정은 백사장 근처에 있는 만석 닭강정을 살 걸 그랬다.
바다를 보았으니 본격적인 저녁 식사를 위해 자리를 이동했다. 지인의 추천을 받아 신라호텔 주방장 출신이 운영하고 있는 중식당으로 향했다. 강릉 도심지를 기준으로 시 외각에 위치하고 있어 차로 이동하는데 20분 정도 소요되었다.
본 식당의 주방장이 철판 요리 전문이라는 얘기를 듣고 팔진덮밥과 탕수육 소(小) 자를 주문 했다.탕수육이 먼저 나와서 먹었는데 평범한 느낌이라 아쉬웠다. 후에 팔진덮밥이 나왔는데 확실히 바다와 가까워서 그런지 식재료의 신선도가 남달랐다.
개인적으로 팔진덮밥을 중식 중 선호하는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김없이 싹 긁어먹었다.동행한 친구의 경우 본인이 먹어본 팔진덮밥 중 맛있는 편에 손꼽을 수 있을 정도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강릉 중식당 쯩라이 정보🔍]
💫위치 : 강원 강릉시 사임당로 131 유천S클래스 203호💫
🕖운영시간 : 11:00 ~ 21:00 (20:00 라스트 오더) / 매주 월요일 휴무🕖
📌연락처 : 033-641-9716📌
다음 행선지는 강릉의 명물 양조장인 버드나무를 향했다. 잘 모르고 있었는데 지역 명물이라는 얘기를 들어서 방문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맥주를 좋아하기도 하고 국내 맥주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에 이 기회에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 다녀왔다.
매장 근처에 도착하니 앞에 차량 두 대가 비상등을 켜두고 서 있었는데 별도의 주차장이 없어서 그런 것으로 보였다. 옆에 위치한 동사무소 주차장에 마음 편히 주차하고 버드나무 양조장으로 향했다.
버드나무 양조장에 들어가니 이미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로 즐비해 있었다. 확인해보니 양조장에서 제조한 맥주와 함께 피자와 감자튀김을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맥주만 파는 줄 알아서 식사를 하고 온 것인데 다음에는 피자를 먹어 보기로 다짐했다.
이외에도 의외였던 점은 맥주 말고도 여러 굿즈들을 비롯해 소주까지 팔고 있다는 점이 눈여겨볼만했다.맥주 종류는 4개의 서로 다른 종류가 있었는데 병으로는 구분이 어려웠고 뒤에 있는 성분 표시를 참고해야만 했다. 가격은 병당 7,000원 정도로 요즘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수입 맥주랑 비슷한 것 같다.
추가로 버드나무 베이커리도 있는데 방문했던 당일에는 제빵사분이 휴가를 가시는 바람에 구경은 하지 못했다. 베이커리의 맛도 출중하다는 소문이 있던데 다음번 강릉 방문 때에는 베이커리도 함께 구경하고 싶다.
[🔎 강릉 양조장 버드나무 브루어리 정보 🔍]
💫위치 : 강원 강릉시 경강로 1961💫
🕖운영시간 : 12:00 ~ 23:00 (16:00 ~ 17:00 브레이크타임 ) / 22:00 라스트 오더🕖
📌연락처 : 0507-1354-9380📌
양조장 구경을 마무리 한 뒤 숙소로 이동하는 길에 편의점 들러 안주를 구매했다. CU에 방문했었는데 버드나무 양조장과 동일한 맥주와 소주를 판매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격은 8천 원 대로 양조장 보다 2천 원 정도 높아서 확실히 구매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에 도착하여 각자 샤워를 마치고 버드나무에서 구매한 맥주와 함께 흑백요리사를 시청했다. 나름 강행군 일정이라서 그런지 맥주를 들이켜고 나니 금세 잠이 들었다. 강릉에서의 하루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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