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군(軍)을 싫어하는 이유
우리나라에서 성인 남성이 두 명이상 모이면 군대 이야기는 항상 빠지지 않는 대화 주제이다. 세대를 막론하고 남자들끼리만 모여 있는 경우라면 마르지 않는 샘처럼 끊임 없이 이야기 꽃을 피운다. 다만, 군(軍)과 관련된 이야기의 십중팔구는 부정적인 것들이다. 입대하기 전 꼭 군인이 되고 싶어하던 친구들도 전역하면 본인이 언제 그런 말을 했냐며 군에 대해 심히 부정적으로 바뀌어 나온다. 20년 이상 군인이라는 직업을 꿈꾸던 사람을 단 2년이라는 시간만에 군대의 'ㄱ'자만 들어도 치를 떨게 만드니 참으로 대단한 집단이다.
군필자들이 군대를 싫어하는 이유는 하루종일 얘기를 해도 모자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군대를 싫어하는 이유는 조금 다르다. 내가 군대를 싫어하게 된 이유는 단순한 시간낭비, 비효율성, 불공정함이 아닌 병무청에서 진행중인 '병역 명문가(家) 제도' 때문이다. 생소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 제도이다. 병역 명문가 제도는 3대(조부와 그 손자까지의 직계비속)가 모두 현역 복무 등을 성실히 마친 가문에 주어지는 명패를 시상하는 제도이다.
당연히 시상을 잘해주면 좋겠지만, 우리의 병무청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우리 가문은 나를 포함한 3대가 병역을 마쳤기에 당연히 명패를 시상 받을줄 알았으나 신청을 거절 당했다. 이유는 다름 아닌 부친쪽에서 공익 근무 요원으로 병역을 마무리 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공익 근무 요원이라 할지라도 분명 병역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사람인데 병무청의 통보는 어떻게 보면 공익을 정당한 병역이라 인정하지 않는 셈이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사소한 것인데 이런 것 조차 챙겨주지 않는 병무청에 감동을 받았다.
병역 명문가의 집으로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연금이 나온 다거나 세제 혜택이 존재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사소한 것에서 조차 비용을 아끼려 하는 병무청을 보며 환멸감을 느꼈다. 앵무새처럼 병역을 이행한 것에 대해 자부심과 애국심을 가지라고 말하는 병무청의 태도를 보면 한숨 밖에 안나온다. 사소한 것부터 무시하는데 과연 사람들이 군이 부르짖는 가치관과 신념에 대해 공감할 수 있을까? 군과 관련된 시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줄이기 위해서 사소한 것부터 바꿔 나가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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